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담장 안 목련 / 강 애 란

푸른 언덕 2021. 3. 30. 17:40

그림 : 정 금 상

 

담장 안 목련 / 강 애 란

 

지난밤

담장 아래로 내려앉은 그녀

한껏 피었다가

몇 날이나 허허롭게 웃었을까

구름 속 달빛의 손길

그녀의 귓가를

입술을

두 뺨을 쓸어내릴 때

온몸 흔드는 꽃샘바람에 휘청거리며

몇 날이나 소리 없이 울었을까

떨어지는 꽃잎들

담장 안은

한철 머물다 가는 장례식장이다

 

시집 : 조금 쉬어가며 웃어요

<강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