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사라진 얼굴 / 하 재 청

푸른 언덕 2021. 3. 16. 19:20

그림 : 권 영 애

 

사라진 얼굴 / 하 재 청

바닥을 쓸면서 잊어버렸던 얼굴을 찾았다

포대기 하나 덮어쓰고 사라진 얼굴

아무도 그가 누군지 모른다

온몸에서 눈물을 짜내며 요란하게 울던 그를

이제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늘 거기에 있었다

담았던 바람을 다 쏟아내는 날

새로 바람을 다 쏟아내는 날

새로 바람을 온몸에 담기 위해

검은 자루 속에서 사라졌을 따름이다

그는 지금 바람을 몸에 담고 있는 중이다

거리를 활보하는 바람을 담으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람을 몸에 담아 힘껏 짜내면 눈물이 난다

한 번 힘차게 울기 위해서 그는 오늘도 바람을

모으고 있다

울음이 다 빠져나간 포대자루 하나 허공에 펄럭인다

참 이상한 일이지, 잘못 배달된 것일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누가 나를 여기에 두고 떠났는지 모르겠다

시집 : 사라진 얼굴

<하재청 시집>

*하재청 시인

경남 창녕 출생

계명대 국문과 졸업

2004 <시와 사상> 등단

2018 진주 제일 여고 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