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나룻배와 행인 / 한용훈

푸른 언덕 2023. 8. 28. 08:22

 

 

 

 

 

 

 

나룻배와 행인 / 한용훈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 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