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정심
물의 언어 / 장혜령
바람이 지난 후의
겨울 숲은 고요하다
수의를 입은 눈보라
물가에는
종료나무 어두운 잎사귀들
가지마다
죽음이
손금처럼 얽혀 있는
한 사랑이 지나간
다음의 세계처럼
이 고요 속에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초록이
초록을
풍경이
색채를
간밤 온 비로
얼음이 물소리를 오래 앓고
빛 드는 쪽으로
엎드려
잠들어 있을 때
이른 아침
맑아진 이마를 짚어보고
떠나는 한 사람
종소리처럼
빛이 번져가고
본 적 없는 이를 사랑하듯이
깨어나
물은 흐르기 시작한다
장혜령 시집 /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주사 / 함민복 (42) | 2023.01.22 |
---|---|
2023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28) | 2023.01.19 |
멜로 영화 / 이진우 (24) | 2023.01.17 |
목계장터 / 신경림 (31) | 2023.01.16 |
뒷모습 / 정호승 (33) | 2023.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