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강선아
가난한 아버지들의 동화 / 최금진
가난한 아버지는 가난한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학교 가는 아들 앞에
초라하지만 정성스럽게 상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가난이 싫었습니다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먹어!
어서 먹어!
안 먹어?
아버지는 가난한 자신이 부끄러워 화를 냈습니다
자신 앞에 누워있는
어리고 착한 가난의 뺨을 힘껏 때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난의 배를 발로 걷어찼습니다
먹어!
어서 처먹어!
그 아들도 커서 똑같이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이제 그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직장도 없는 그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툭하면 술 먹고 손버룻 나쁜 남편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뚝!
그쳐!
안 그쳐!
이런 식으로 울음을 달래는 가난한 가장을
아무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최금진 시집 / 새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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