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영애
타이탄 아룸 / 박순
칠 년에 한 번씩 꽃피우는 타이탄 아룸
몸에서는 36도 열을 발산한다
동물 썪는 냄새가 난다
저 꽃,
칠 년 기다림으로 단 이틀을 견디다
점 하나로 스러져 갈 뿐이다
꽃잎보다 더 큰 기둥만 한 중심을 세우기 위해
시체 냄새를 피웠으리라
어찌 좋은 냄새만 갖고 살 수 있을까
당신과 타협하지 못한 가슴은 썩어 문드러진다
가슴앓이는 악취를 내며 입과 코를 움켜쥐게 한다
누군가는 나의 냄새를 좋아할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튕겨져 나오려는 시간 속에
중심을 세우려 애를 쓴다
*타이탄 아룸 : 적도 부근의 열대우림에 자생, 시체꽃으로 불림
박순 시집 / 페이드 인 (fad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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