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현상 수배 / 이수명

푸른 언덕 2022. 6. 2. 19:46

 

그림 / 조원자

 

 

 

 

현상 수배 / 이수명

 

 

 

그는 현상 수배범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넓은 거리의 게시판에 걸려 있다.

 

사진 속에서 그는 웃고 있다. 전단지가 햇빛에 누렇게 바래고, 빗물에 얼룩이 져도, 이 손이 뜯고 저 손이 찢어도 웃고 있다. 그는 산산조각나고 있다. 어느 날 한 쪽 눈이 없어지고, 또 어느 날 한 쪽 귀가 사라졌다. 남은 형체도 검은 펜으로 뭉개지고 있다. 그래도 그는 웃고 있다. 그는 위험 인물이다. 그가 저지른 위험한 일들이 어디선가 또 저질러지고 있다. 어디에서? 그는 어디에 있는가?

 

사진 속에서 그는 웃고 있다. 웃으며 이쪽을 넘보고 있다. 그도 자신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위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현상 수배한다.

 

 

 

이수명 시집 /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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