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병정들 / 오 경 은

푸른 언덕 2021. 10. 6. 19:13

그림 / 김 경 화

 

병정들 / 오 경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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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천장에 닿을 수 있을까

나를 몇 토막 쌓아야

맨 뒷줄에서 바라본

신부님은 플라스틱 병정 같고

죄랑 조금 더 친해진다

미사 내내 앉았다 일어났다

고장난 스프링처럼

허벅지 사이에 땀 차서 싫죠

신부님도 옷 벗고 싶죠

꼬리를 치켜올린다

벤치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주인 없는 고양이가

죄는 언제나 일인용이어서

옆에 앉은 사람과 포옹을 나눌 때마다

죄는 자꾸 다정해지지

덕담처럼

미사포로 코를 풀어도 용서해줄 거지?

성당을 나서자

몰아치는 햇빛

고양이가 수풀 사이로 뛰어들었다

찐득거리는 그림자를

불쾌해하는 기색없이

<오경은 시인 약력 >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

*2018년 <중앙일보> 중앙신인 문학상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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