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바람은 말라버린 꽃 / 황 은 경

푸른 언덕 2021. 9. 2. 19:58

그림 / 이 영 주

 

바람은 말라버린 꽃 / 황 은 경

 

바람을 맞고 우리는 건조한 사막의 여우가 됐어

바람에 널 잊게 되었고 우리는 모래에 안구를 씻으며

바람에 너를 잡고 있던 마음을 오아시스 샘가에 걸어두고

바람에 의지하던 야자수 기둥 사이로 집 한 채 짓고 살았다

그 바람에

마음 하나 날려 버렸다.

시들고 있다.

시들어 버린 그 마음은

마른 바람꽃

유성이 진 자리마다 저리게 걸어 온 길

바람이 불어오면 슬픈 알람이 울어

바람에 세수하고 다시 깨어나는 가시 달린 눈

바람은 말라버린 꽃을 향해 쓰러지고

마음 하나 배웅하니 편하다.

황은경 시집 / 생각의 비늘은 허물을 덥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