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편지 6

신창 시장, 긴 편지 / 이 효

그림 / 임천 신창 시장, 긴 편지 / 이 효 할멈을 끌고 간다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굴러온 작은 바퀴 이젠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이 없다 오늘은 할망구 생일 밥상에 덜렁 혼자 앉으니 지난 세월 허두 미안혀 울컥 생목 오른다 석탄 같이 타들어간 당신 먼저 하늘로 보낸 것 같아 신창 시장 달달달 돌며 매일 용서를 구한다 천천히 가유 영감 귓전에 들리는 할멈 목소리 화들짝 놀라 뒤돌아 보니 늙은 아이 홀로 긴 편지 끌고 간다 시집 / 도봉열전 (도봉 문화원)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다

부치지 않은 편지1 / 정호승

그림 / 성기혁 부치지 않은 편지1 / 정호승 ​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 이슬에 새벽 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 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정호승시집 / 새벽편지

조그만 사랑 / 황동규

그림 / 강애란 조그만 사랑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와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김용택이 사랑한 시 / 시가 내게로 왔다

우편함 / 김소연

그림 / 강애란 우편함 / 김소현 우리는 매일 이사를 했습니다 아빠에겐 날짜가 중요했고 나에겐 날씨가 중요했습니다 아빠에겐 지붕이 필요했고 나에겐 벽이 필요했습니다 네가 태어날 때 부친 편지가 왜 도착하질 않니 아무래도 난 여기서 살아야겠구나 우편함은 아빠의 집이 됩니다 서랍에는 아빠의 장기기증서가 있어 내가 최초로 받은 답장이 되었습니다 날짜는 불필요하게 자라나고 날씨는 불길하게 늙어가고 춥다는 말이 금지어가 되어갑니다 보름달이 떴다는 말은 사라져 갑니다 모르는 가축들이 바들바들 떨고 있습니다 아빠, 하고 부르려다 맙니다 김소연 시집 / 수학자의 아침 티스토리로 이사 왔습니다. 조금 헤매고 있습니다. 댓글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가을 편지 / 나호열

그림 / 노 숙 경 ​ ​ ​ 가을 편지 / 나호열 ​ 당신의 뜨락에 이름모를 풀꽃 찾아왔는지요 눈길 이슥한 먼 발치에서 촛불 떨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 ​ 어느 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 이미 가을은 깊어 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는지요 ​ 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 당신을 맴도는 소리죽인 발자국과 까만 눈동자 같은 씨앗들이 눈물로 가만가만 환해지겠는지요 ​ 뭐라고 하던가요 작은 씨앗들은 그냥 당신의 가슴에 묻어 두세요 상처는 웃는다 라고 기억해 주세요 ​ 당신의 뜨락에 또 얼마마한 적막이 가득한지요 ​ ​ ​ 나호열 시인 *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 198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 1991년 《시와시학》 중견시인상 수상 * 2004년 녹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