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 나호열 수만 마리의 푸른 말들이 가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떨어질 때 그때 그 말들은 천마가 된다 천마가 되면서 순간, 산화하는 꽃잎들은 젊은 날 우리들은 얼마나 눈부시게 바라보았던가 아무에게도 배운 적 없는 사랑의 꿈틀거림이 천 길 아래로 우리를 떠밀어내었던가 그 푸른 말들이 하염없이 흘러서 한 가슴을 적시기라도 했단 말인가 추락이 두려워서 아니 밑바닥까지 추락해버린 한 사내가 폭포를 더듬어 올라가고 있다 물방울들이 수만 마리의 연어들처럼 꿈틀대면서 하늘을 오르는 계단을 헛딛고 있다 얼굴에 엉겨붙은 물보라 그 소리가 하늘에 박혀 있는 새들의 날개처럼 펄럭거린다 이미 황혼인 것이다 나호열 시집 / 타인의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