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타인의슬픔 2

​폭포 / 나호열

​ ​ ​ 폭포 / 나호열 ​ ​ ​ 수만 마리의 푸른 말들이 가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떨어질 때 그때 그 말들은 천마가 된다 천마가 되면서 순간, 산화하는 꽃잎들은 젊은 날 우리들은 얼마나 눈부시게 바라보았던가 아무에게도 배운 적 없는 사랑의 꿈틀거림이 천 길 아래로 우리를 떠밀어내었던가 그 푸른 말들이 하염없이 흘러서 한 가슴을 적시기라도 했단 말인가 ​ 추락이 두려워서 아니 밑바닥까지 추락해버린 한 사내가 폭포를 더듬어 올라가고 있다 물방울들이 수만 마리의 연어들처럼 꿈틀대면서 하늘을 오르는 계단을 헛딛고 있다 얼굴에 엉겨붙은 물보라 그 소리가 하늘에 박혀 있는 새들의 날개처럼 펄럭거린다 ​ 이미 황혼인 것이다 ​ ​ ​ 나호열 시집 / 타인의 슬픔 ​ ​ ​ ​ ​

안아주기 / 나 호 열

그림 : 이 선 자 ​ ​ 안아주기 / 나 호 열 어디 쉬운 일인가 나무를, 책상을, 모르는 사람을 안아 준다는 것이 물컹하게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대, 어둠을 안아 보았는가 무량한 허공을 안아 보았는가 슬픔도 안으면 따뜻하다 마음도 안으면 따뜻하다 가슴이 없다면 우주는 우주가 아니다 ​ ​ 시집 : 타인의 슬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