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정호승시선집내가사랑하는사람 3

산낙지를 위하여 / 정호승

그림 / 신범승 산낙지를 위하여 / 정호승 신촌 뒷골목에서 술을 먹더라도 이제는 참기름에 무친 산낙지를 먹지 말자 낡은 프라스틱 접시 위에서 산낙지의 잘려진 발들이 꿈틀대는 동안 바다는 얼마나 서러웠겠니 우리가 산낙지의 다리 하나를 입에 넣어 우물우물거리며 씹는 동안 바다는 또 얼마나 많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겠니 산낙지의 죽음에도 품위가 필요하다 산낙지는 죽어가면서도 바다를 그리워한다 온몸이 토막난 채로 산낙지가 있는 힘을 다해 꿈틀대는 것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바다의 어머니를 보려는 것이다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 위에 쓴 시 / 정호승

그림 / 황 순 규 ​ ​ ​ 물 위에 쓴 시 / 정호승​ ​ ​내 천 개의 손 중 단 하나의 손만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내 천 개의 눈 중 단 하나의 눈만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 물이 다하고 산이 다하여 길이 없는 밤은 너무 깊어 달빛이 시퍼렇게 칼을 갈아 가지고 달려와 날카롭게 내 심장을 찔러 이제는 내 천 개의 손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내 천개의 눈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 ​​ ​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 ​ ​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그림 / 김정수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