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우산 2

수국 형제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 수국 형제 / 이 효 ​ 마당 한편에 동자승 닮은 수국이 피었다 하늘길 따라가신 아버지 마당에 달덩이 닮은 수국 남겨 놓으셨다 ​ 아버지 살아생전 몰랐다 붉은빛으로 핀 수국 하얀 빛으로 핀 수국 서로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형제들 ​ 어머니가 쓰러진 그날 삼 형제는 함께 비를 맞으며 어머니를 업고 달렸다 둥근 우산 닮은 수국들 처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아버지 얼굴 닮은 수국들 어쩌면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 소낙비가 내려도 머리 맞대고 살아라 잃은 것이 있어도 웃으면서 살아라 은은한 향기 서로 보태며 살아라 ​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가 마당 한가득 피었다.

죄와 벌 / 김 수 영

​ 죄와 벌 / 김 수 영 ​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놈이 울었고 비오는 거리에는 사십 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 ​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것과 죽일 만큼 미워하는 마음이 함께 공존한 시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돌아온 김수영, 아내는 이종구 (선린상고 선배)랑 살림을 차렸다. 이종구가 죽자 김수영 곁으로 돌아왔다. 그후부터 아내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이 시를 쓰고난 후에 학대가 끝났다. 폭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더 이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