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앵두 2

6월의 우체통 / 이 효

그림 / 최 서 인 ​ ​ ​ 6월의 우체통 / 이 효 ​ ​ ​ 하루 종일 그녀의 생각을 나뭇잎에 담았더니 붉은 열매가 달렸습니다 ​ 그녀를 손끝으로 건드렸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놀라서 마음을 창문처럼 접습니다 ​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랜 시간 그녀를 바라봅니다 유월의 해가 떨어질 무렵 다시 용기를 내서 뜰로 나갑니다 ​ 내 마음은 강물처럼 흔들리는데 그녀의 붉은 입술은 숨 막힐 듯, 눈멀 듯, 곱기만 합니다 ​ 유월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마음에 우체통 하나 세워놓고 달아납니다 ​ ​ ​ ​ ​

카테고리 없음 2021.06.18

피천득 / 오월

그림 / 배 매 순 ​ ​ ​ 피천득 / 오월 ​ ​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의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 ~~~~~ ~~~~ ​ 신록을 바라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