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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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우체통 / 이 효

푸른 언덕 2021. 6. 18. 17:52

그림 / 최 서 인

 

6월의 우체통 / 이 효

하루 종일

그녀의 생각을 나뭇잎에 담았더니

붉은 열매가 달렸습니다

그녀를 손끝으로 건드렸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놀라서

마음을 창문처럼 접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랜 시간 그녀를 바라봅니다

유월의 해가 떨어질 무렵

다시 용기를 내서 뜰로 나갑니다

내 마음은 강물처럼 흔들리는데

그녀의 붉은 입술은

숨 막힐 듯, 눈멀 듯, 곱기만 합니다

유월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마음에 우체통 하나 세워놓고 달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