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 전지연 마크 로스코와 나 2 / 한강 한 사람의 영혼을 갈아서 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겠지 그래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 붓 대신 스펀지를 발라 영원히 번져가는 물감 속에서 고요히 붉은 영혼의 피 냄새 이렇게 멎는다 기억이 예감이 나침반이 내가 나라는 것도 스며오는 것 번져오는 것 만져지는 물결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의 피 어둠과 빛 사이 어떤 소리도 광선도 닿지 않는 심해의 밤 천년 전에 폭발한 성운 곁의 오랜 저녁 스며오르는 것 번져오르는 것 피투성이 밤을 머금고도 떠오르는 것 방금 벼락치는 구름도 통과한 새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 영혼의 피 *한강 시집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