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소순희화백 2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 김 경 주

그림 / 소 순 희 ​ ​ ​ ​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 김 경 주 ​ ​ 어쩌면 벽에 박혀 있는 저 못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 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서 보면 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라 ​ 바람이 벽에 스미면 못도 나무의 내연(內緣)을 간직한 빈 가지처럼 허공의 희미함을 흔들고 있는 것인가 ​ 내가 그것을 알아본 건 주머니 가득한 못을 내려놓고 간 어느 낡은 여관의 일이다 그리고 그 높은 여관방에서 나는 젖은 몸을 벗어두고 빨간 거미 한 마리가 입 밖으로 스르르 기어나올 때까지 몸이 휘었다 ​ 못은 밤에 몰래 휜다는 것을 안다 ​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 자기가 ..

세상에 나와 나는 / 나 태 주

그림 / 소 순 희 ​ ​ ​ 세상에 나와 나는 / 나 태 주 ​ ​ 세상에 나와 나는 아무것도 내 몫으로 차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 꼭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푸른 하늘빛 한 쪽 바람 한 줌 노을 한 자락 ​ 더 욕심을 부린다면 굴러가는 나뭇잎새 하나 ​ 세상에 나와 나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간직해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 꼭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단 한 사람 눈이 맑은 그 사람 가슴속에 맑은 슬픔을 간직한 사람 ​ 더 욕심을 부린다면 늙어서 나중에도 부끄럽지 않게 만나고 싶은 한 사람 그대. ​ ​ ​ 나태주 시집 / 혼자서도 별인 너에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