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장정화 계산동 성당 / 황유원 요즘엔 침묵만 기르다 보니 걸음까지 무거워졌지 뭡니까 한 걸음 한 걸음 지날 때마다 거기 벽돌이 놓여 뭐가 지어지고 있긴 한데 돌아보면 그게 다 침묵인지라 아무 대답도 듣진 못하겠지요 계산 성당이 따뜻해 보인다곤 해도 들어가 기도하다 잠들면 추워서 금방 깨게 되지 않던가요 단풍 예쁘게 든 색이라지만 손으로 만져도 바스라지진 않더군요 여린 기도로 벽돌을 깨뜨릴 순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옛 사제관 모형은 문이 죄다 굳게 닫혀 있고 모형 사제관 안에 들어가 문 다 닫아버리고 닫는 김에 말문까지 닫아버리고 이제 그만 침묵이나 됐음 하는 사람이 드리는 기도의 무게는 차라리 모르시는 게 낫겠지요 너무 새겨듣진 마세요 요즘엔 침묵만 기르다 보니 다들 입만 열면 헛소리라 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