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벌판 2

달빛 문장 / 김 정 임

그림/ 이 선 희 ​ ​ ​ 달빛 문장 / 김 정 임 ​ ​ ​ 운주리 목장에 달이 뜨자 쇠똥구리 한 마리 길 떠나기 시작하네 제 몸보다 수십 배 무거운 쇠똥을 빚어서 온몸으로 굴려서 가네 ​ 작은 몸이 힘에 겨워 쇠똥에 매달려 가는 것 같네 문득 멈추어 달빛을 골똘히 들여다보네 달빛 아래서만 제 길을 찾는 두 눈이 반짝이네 마치 달빛 문장을 읽는 것 같이 보이네 ​ 무슨 구절일까 밑줄 파랗게 그어가며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가네 갑옷 속의 붉은 심장이 팔딱팔딱 뛰네 어느 날 내게 보여준 네 마음에 밑줄 그으며 몇 번씩 읽어내려 가던 눈부신 순간이 생각났네 ​ 맑은 바람 한 줄기가 쇠똥구리 몸 식혀주네 태어나고 죽어야 할 집 한 채 밀고 가네 드넓은 벌판에 아름다운 집 한 채 밀고 가네 그날 네 마음이 내..

겨울 나무 / 장 석 주

​ 겨울 나무 / 장 석 주 ​ 잠시 들었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걸음 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 ​ * 장석주 시인 약력 소설가, 시인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1975년 월간문학 "심야" 등단 2010 질마재 문학상 (1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