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2

깊은 숲 / 강 윤 후

그림 / 강 은 영 ​ ​ ​ 깊은 숲 / 강 윤 후 ​ ​ 나무들이 울창한 생각 끝에 어두워진다 김 서린 거울을 닦듯 나는 손으로 나뭇가지를 걷으며 나아간다 깊이 들어갈수록 숲은 등을 내보이며 ​ 멀어지기만 한다 저 너머에 내가 길을 잃고서야 닿을 수 있는 집이라도 한 채 숨어 있다는 말인가 문 열면 바다로 통하는 집을 저 숲은 품에 안고 성큼 성큼 앞서 가는 것인가 마른 잎이 힘 다한 바람을 슬며시 ​ 내려놓는다 길 잃은 마음이 숲에 들어 더 깊은 숲을 본다 ​ ​ ​ ​ *출생 : 1962, 서울 *학력 :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력 : 우송공업대학 (문예창작과조교수) ​ ​ ​ ​

바구미를 죽이는 밤 / 문성해

그림 / 문 경 조 ​ ​ ​ ​ 바구미를 죽이는 밤 / 문성해 ​ ​ ​ 처음엔 작은 활자들이 기어 나오는 줄 알았다 신문지에 검은 쌀을 붓고 바구미를 눌러 죽이는 밤 턱이 갈라진 바구미들을 처음에는 서캐를 눌러 죽이듯 손톱으로 눌러 죽이다가 휴지로 감아 죽이다가 마침내 럭셔리하게 자루 달린 국자로 때려 죽인다 죽음의 방식을 바꾸자 기세 좋던 놈들이 주춤주춤, 죽은척 나자빠져 있다가 잽싸게 도망치는 놈도 있다 놈들에게도 뇌가 있다는 것이 도무지 우습다 ​ 혐오의 죄책감도 없이 눌러 죽이고 찍어 죽이고 비벼 죽이는 밤 그나저나 살해가 이리 지겨워도 되나 고만 죽이고 싶다 해도 기를 쓰고 나온다 이깟 것들이 먹으면 대체 얼마를 먹는다고 쌀 한 톨을 두고 대치하는 나의 전선이여 아침에는 학습지를 파는 전화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