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골목길 / 이 효 허름한 대문 앞 붉은 화분을 보면 꽃 속에서 주인의 얼굴이 보인다 지붕 위로 엉켜진 전깃줄을 보면 어머니의 구수한 잔소리가 들린다 골목길 자전거 바퀴를 보면 동네 아낙네들 굴러가는 수다 소리가 들린다 배가 불뚝한 붉은 항아리를 보면 할아버지 큰 바가지로 막걸리 잡수시던 술배가 생각난다 구부러진 골목 안에는 이름만 부르면 뛰어나올 것 같은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보이는 고층 아파트가 군화를 신고 달려온다. 새들이 날아가 버린 나무에 붉은 감이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