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나침반 2

나침반 / 이효

그림 / 송민자 나침반 / 이효 푸르릉거리는 나비 한 마리 아버지 배낭 안에서 찾는 길 더덕이랑, 쑥이랑, 곰취랑 산등성에 봄내음 캔다 아버지 실웃음 링거에 걸고 하얀 꽃잎 위에 누운 날 이 빠진 풍금 소리 딸내미 가슴 음표 없는 울음 아버지의 배낭 속 지구만 한 나침반 숲에서 길을 잃은 발자국 소리가 절벽에 매달릴 때 초침 같은 남자의 미소 아버지 얼굴에 앉은 나비 나침반 위에 옮겨 앉으면 그 자리에 숲길이 환하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마크 로스코와 나 2 / 한강

작품 / 전지연 마크 로스코와 나 2 / 한강 한 사람의 영혼을 갈아서 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겠지 그래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 붓 대신 스펀지를 발라 영원히 번져가는 물감 속에서 고요히 붉은 영혼의 피 냄새 이렇게 멎는다 기억이 예감이 나침반이 내가 나라는 것도 스며오는 것 번져오는 것 만져지는 물결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의 피 어둠과 빛 사이 어떤 소리도 광선도 닿지 않는 심해의 밤 천년 전에 폭발한 성운 곁의 오랜 저녁 스며오르는 것 번져오르는 것 피투성이 밤을 머금고도 떠오르는 것 방금 벼락치는 구름도 통과한 새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 영혼의 피 *한강 시집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