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임영수 물류 창고 / 이수명 우리는 물류 창고에서 만났지 창고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차려 입고 느리고 섞이지 않는 말들을 하느라 호흡을 다 써 버렸지 물건들은 널리 알려졌지 판매는 끊임없이 증가했지 창고 안에서 우리들은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갔다가 돌아오곤 했지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했어 무얼 끌어내리려는 건 아니었어 그냥 담당자처럼 걸어 다녔지 바지 주머니엔 볼펜과 폰이 꽂혀 있었고 전화를 받느라 구석에 서 있곤 했는데 그런 땐 꼼짝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지 물건의 전개는 여러모로 훌륭했는데 물건은 많은 종류가 있고 집합되어 있고 물건 찾는 방법을 몰라 닥치는 대로 물건에 손대는 우리의 전진도 훌륭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