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구멍 2

단추 / 이인주

그림 / 최길용 ​ ​ ​ ​ ​ 단추 / 이인주 ​ ​ ​ 단추의 생명은 구멍이다 그 좁고 캄캄한 구멍속으로 흘러들어간 환한 실오라기들이 얼마나 단단한 결속의 언약인지 ​ 구멍이 없는 것들은 모른다 소통이란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것 입술에서 입술로 뚫린 이음줄이 오감을 올려내는 둥근 탄성을 ​ 몸이 열리는 맨 처음의 자리와 마음이 닫히는 맨 끝자리에 단추가 있고 원죄 같은 구멍 속으로 흘러온 역사는 사실 단추의 역사인데 그 풀고 잠그는 형태가 능히 한 서사를 바꾸기도 한다 ​ ​ ​ ​ 시집 / 초중도 ​ ​ ​ ​ 이인주 *2003년 신춘문예 당선 제8회 평사리문학대상 수상, 시집 ​ ​ ​ ​ ​ ​ ​ ​ ​

열쇠

열쇠 / 김 혜 순 역광 속에 멀어지는 당신의 뒷모습 열쇠 구멍이네 그 구멍 속이 세상 밖이네 어두운 산 능선 열쇠의 굴곡처럼 구불거리고 나는 그 능선을 들어 당신을 열고 싶네 저 먼 곳, 안타깝고 환한 광야가 열쇠 구멍 뒤에 매달려 있어서 나는 그 광야에 한 아름 백합을 꽂았는데 찰칵 우리 몸은 모두 빛의 복도를 여는 문이라고 죽은 사람들이 읽은 책에 씌어 있다는데 당신은 왜 나를 열어놓고 혼자 가는가 당신이 깜박 사라지기 전 켜놓은 열쇠 구멍 하나 그믐에 구멍을 내어 밤보다 더한 어둠 켜놓은 캄캄한 나체 하나 백합 향 가득한 그 구멍 속에서 멀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