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 안도현 고추밭 / 안도현 어머니의 고추밭에 나가면 연한 손에 매운 물 든다 저리 가 있거라 나는 비탈진 황토밭 근방에서 맴맴 고추잠자리였다 어머니 어깨 위에 내리는 글썽거리는 햇살이었다 아들 넷만 나란히 보기 좋게 키워내셨으니 진무른 벌레 먹은 구멍 뚫린 고추 보고 누가 도현네 올 고추 농사 잘 안되었네요 해도 가을에 가봐야 알지요 하시는 우리 어머니를 위하여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안도현 시집 / 서울로 가는 전봉준 문학이야기/명시 202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