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꽃들이 더 소중하네 / 알렉산드르 푸쉬킨(시인)
마지막 꽃들이 더 소중하네
들판에 화려한 첫 꽃들보다
우리 가슴에 우울한 생각들을
더 생생하게 일깨우는 마지막 꽃들
그렇게 간혹 이별의 순간은
더 생생하네, 달콤한 만남의 순간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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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수그러드는 가을빛을 뒤로하고
저녁 어둠이 찾아온다.
가을은 그 화려함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그리 길게 주지 않는다.
여름과는 달리 빨리 어둠의 품에 안겨 버리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들판을 헤매던 여인은 계절의
마지막을 불태우는 꽃들을 꺾어 함께한다.
이미 자연과 하나인 양 그녀의 모자, 투피스,
그리고 꽃다발이 하나의 색깔로 어우러진다.
아름다움은 절정에 있을 때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고통도, 기쁨도, 행복도,
불행도, 모든 것을 받아들인 이후에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녀의 가슴 한쪽에 어여쁘게 꽂혀있는 가을
들꽃처럼, 여인 또한 최고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젊음은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 존재감이
은은히 빛나는 야생화 같은 아름다움으로
승화한다.
그런 딸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매력이 천재 화가의
손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일리야 레핀(러시아 화가)
딸 베라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 1892년
(1844-1930), 캔버스에 유채, 114× 67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출처:러시아 그림 이야기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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