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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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病) / 기형도

푸른 언덕 2020. 11. 8. 16:21

 

 

 

병()  / 기형도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기형도 시인

1960년 경기도 연평에서 출생

연세대학교 정외과졸업

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안개>

89년 3월 타계

시집 <입속의 검은 잎> ,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