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텅 빈 자유 (치매행 致梅行) / 홍 해 리

푸른 언덕 2021. 11. 23. 18:25

그림 / 강 은 영

 

텅 빈 자유 (치매행 致梅行)

홍해리

 

아내는 신문을 읽을 줄 모릅니다

텔레비전을 켜고 끄는 것도 못합니다

전화를 걸 줄도 모릅니다

컴퓨터는 더군다나 관심도 없습니다

돈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돈이 어디에 필요하겠습니까

은행이 무엇인지 모르니

은행에 갈 일도 없습니다

통장도 신용카드도 쓸 줄 모르니 버려야 합니다

버스카드도 필요가 없습니다

문명의 이기가 정말 이기이긴 한 것인가

요즘은 헷갈리기만 합니다

이름을 몰라도 칼은 칼이고

사과는 사과입니다

자유라는 말은 몰라도 아내는 자유인입니다

지는 해가 절름절름 넘어가고 있습니다.

 

홍해리 시집 / 치매행 致梅行

<황금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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