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강 은 영
텅 빈 자유 (치매행 致梅行)
홍해리
아내는 신문을 읽을 줄 모릅니다
텔레비전을 켜고 끄는 것도 못합니다
전화를 걸 줄도 모릅니다
컴퓨터는 더군다나 관심도 없습니다
돈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돈이 어디에 필요하겠습니까
은행이 무엇인지 모르니
은행에 갈 일도 없습니다
통장도 신용카드도 쓸 줄 모르니 버려야 합니다
버스카드도 필요가 없습니다
문명의 이기가 정말 이기이긴 한 것인가
요즘은 헷갈리기만 합니다
이름을 몰라도 칼은 칼이고
사과는 사과입니다
자유라는 말은 몰라도 아내는 자유인입니다
지는 해가 절름절름 넘어가고 있습니다.
홍해리 시집 / 치매행 致梅行
<황금마루>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전문 앞에서 / 안 재 홍 (0) | 2021.11.25 |
---|---|
오래된 가을 / 천 양 희 (0) | 2021.11.24 |
깊은 숲 / 강 윤 후 (0) | 2021.11.22 |
어떤 出土 / 나 희 덕 (0) | 2021.11.21 |
세상이 밝았다 / 나호열 (0) | 2021.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