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 나 호 열

푸른 언덕 2021. 8. 8. 18:57

그림 / 진 선 미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 나 호 열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세상이 싫어 산에 든 사람에게 산이 가르친다

떠들고 싶으면 떠들어라

힘쓰고 싶으면 힘을 써라

길을 내고 싶으면 길을 내고

무덤을 짓고 싶으면 무덤을 지어라

산에 들면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 않는다

제 풀에 겨워 넘어진 나무는

썩어도 악취를 풍기지 않는다

서로 먹고 먹히면서

섣부른 한숨이나 비명은 들리지 않는다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바람의 문법

물은 솟구치지 않고 내려가면서

세상을 배우지 않느냐

산의 경전을 다 읽으려면

눈이 먼다

천 만 근이 넘는 침묵은

새털 보다 가볍다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죽어서 내게로 오라

 

나호열 시집 / 당신에게 말 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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