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풋고추에 막걸리 한잔하며 / 홍 해 리

푸른 언덕 2021. 8. 6. 18:47

 

 

 

 

 

풋고추에 막걸리 한잔하며 / 홍 해 리

 

 

처음 열린 꽃다지 풋고추 몇 개

날된장에 꾹꾹 찍어

막걸리를 마시네

 

나도 한때는 연하고 달달했지

어쩌다 독 오른 고추처럼 살았는지

죽을 줄 모르고 내달렸는지

 

삶이란

살다 보면 살아지는 대로

사라지는 것인가

 

솔개도 하늘을 날며

작은 그늘을 남기는데

막걸리 한잔할 사람이 없네

 

아파도

아프다 않고 참아내던

독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인가

 

보잘것없는 꽃이 피고

아무도 모르는 새

열매를 맺어

 

접시에 자리잡은 고추를 보며

검붉게 읽어

빨갛게 성숙한 가을을 그리네

 

 

 

 

홍해리 시인 / 약력

* 충북 청주에서 출생(1942년)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1964년)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함.

시집

<봄, 벼락치다>

<푸른 느낌표!> <황금감옥> <비밀>

<독종毒種> <금강초롱>

<치매행致梅行>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