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짐승 2

가시연꽃 / 최두석

그림 / 김혜숙 ​ ​ ​ 가시연꽃 / 최두석 ​ ​ 자신의 몸 씻은 물 정화시켜 다시 마시는 법을 나면서부터 안다 ​ 온몸을 한장의 잎으로 만들어 수면 위로 펼치는 마술을 부린다 ​ 숨겨둔 꽃망울로 몸을 뚫어 꽃 피는 공력과 경지를 보여준다 ​ 매일같이 물을 더럽히면 사는 내가 가시로 감싼 그 꽃을 훔쳐본다 ​ 뭍에서 사는 짐승의 심장에 늪에서 피는 꽃이 황홀하게 스민다. ​ ​ ​ 최두석 시집 / 투구꽃 ​ ​ ​

숲, 나무에서 배우다 / 김 석 흥

그림 : 신 은 봉 ​ ​ ​ 숲, 나무에서 배우다 / 김 석 흥 ​ ​ ​ 숲에 사는 나무는 박애주의자다 생김새가 다르다고 다투기는 하나 미워하지 않는다 키가 좀 작다고 허리가 굽었다고 업신여기지 않는다 언제나 주어진 자리에 서 있을 뿐 결코 남의 자리를 욕심내지 않는다 숲에 들어서면 가슴이 환해지는 이유이다 ​ 숲을 지키는 나무들은 거룩한 성자다 산새들이 몸통 구석구석을 쪼아 대고 도려내도 아픈 기색 보이지 않는다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잠을 설쳐도 끝내 쓴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폭설에 여린 팔 하나쯤 부러져도 오르지 끝 끝모르는 사랑으로 품어 안는다 숲에 들어서면 영혼이 맑아지는 이유다 ​ ​ ​ 시집 / 천지연 폭포 (김석흥 시인) ​ ​ 그림 : 김 연 희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