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뒹구는돌은언제잠깨는가 2

제대병 / 이성복

그림 / 유민혜 제대병 / 이성복 아직도 나는 지나가는 해군 찝차를 보면 경례! 붙이고 싶어진다 그런 날에는 페루를 향해 죽으러 가는 새들의 날개의 아픔을 나는 느낀다 그렇다, 무덤 위에 할미꽃 피듯이 내 기억속에 송이버섯 돋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내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오기도 한다 순지가 죽었대, 순지가! 그러면 나도 나직이 중얼거린다 순, 지, 가, 죽, 었, 다 이성복 시집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꽃 피는 아버지 / 이성복

그림 / 서정철 꽃 피는 아버지 / 이성복 아버지 만나러 금촌 가는 길에 쓰러진 나무 하나를 보았다 흙을 파고 세우고 묻어주었는데 뒤돌아보니 또 쓰러져 있다 저놈은 작부처럼 잠만 자나? 아랫도리 하나로 빌어먹다 보니 자꾸 눕고 싶어지는가 보다 나도 자꾸 눕고 싶어졌다 나는 내 잠 속에 나무 하나 눕히고 금촌으로 갔다 아버지는 벌써 파주로 떠났다 한다 조금만 일찍 와도 만났을 텐데 나무가 웃으며 말했다 고향 따앙이 여어기이서 몇 리이나 되나 몇 리나 되나 몇리나되나..... 학교 갔다 오는 아이들이 노래 불렀다 내 고향은 파주가 아니야 경북 상주야 나무는 웃고만 있었다 그날 밤 아버지는 쓰러진 나무처럼 집에 돌아왔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내가 떨어뜨린 가랑잎이야 이성복 시집 / 뒹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