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풍선 2

고향에 핀 도라지꽃 / 이 효

그림 / 김정수 고향에 핀 도라지꽃 / 이 효 밥상에 오른 도라지나물 고향 생각난다 할머니 장독대 도라지꽃 어린 손녀 잔기침 소리 배를 품은 도라지 속살 달빛으로 달여 주셨지 세월이 흘러 삐걱거리는 구두를 신은 하루 생각나는 고향의 보랏빛 꿈 풍선처럼 부푼 봉오리 두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면 펑하고 터졌지 멀리서 들리는 할머니 목소리 애야, 꽃봉오리 누르지 마라 누군가 아프다 아침 밥상에 도라지나물 고향 생각하면 쌉쏘름하다 이효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간발 / 황인숙

그림/ 이 재 구 ​ ​ ​ 간발 / 황인숙 ​ ​ 앞자리에 흘린 지갑을 싣고 막 떠나간 택시 오늘따라 지갑이 두둑도 했지 ​ 애가 타네, 애가 타 당첨 번호에서 하나씩 많거나 적은 내 로또의 숫자들 ​ 간발의 차이 중요하여라 시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간발의 차이 간발의 차이로 말이 많아지고, 할 말이 없어지고 ​ 떠올랐던 시상이 간발 차이로 날아가고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길을 놓치고 날짜를 놓치고 사람을 놓치고 ​ 간발의 차이로 슬픔을 놓치고 슬픔을 표할 타이밍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네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뺨을 푸들거리며 ​ 놓친 건 죄다 간발의 차이인 것 같지 누군가 써버린 지 오랜 탐스런 비유도 간발로 놓친 것 같지 ​ 간발의 차이에 놓치기만 했을까 잡기도 했겠지, 생기기도 했겠지 간발의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