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옹이 3

슬픔이 빛어낸 빛깔 / 최경선

그림 / 방선옥 슬픔이 빛어낸 빛깔 / 최경선 저토록 도도한 빛깔을 본적 없다 했다 한때는 핓빛처럼 고운 그 꽃잎이 눈부셔 까닭 없이 울었다 했다 애타게 향기로운 척해보고 꿈꾸듯 별을 품어 토해내고 알 수 없는 허허로움에 목메던 시절이었노라고 빛바래고 바래다, 오지게 말라비틀어져 가는 그 모양이 당신 모습 같아 더 섧고도 서럽다 했다 하다 하다, 끝내는 열정과 슬픔 버무린 듯한 저 도도함이 눈물겹지 않으냐며 옹이 박힌 등허리 성스럽게 웅크리며 그녀 고요히 똬리를 튼다 최경선 시집 / 그 섬을 떠나왔다 *붙임성 댓글은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슬픔이 빚어낸 빛깔 / 최 경 선

그림 : 류 영 도 ​ ​ 슬픔이 빚어낸 빛깔 / 최 경 선 ​ ​ 저토록 도도한 빛깔을 본적 없다 했다 ​ 한때는 핏빛처럼 고운 그 꽃잎이 눈부셔 까닭 없이 울었다 했다 ​ 애타게 향기로운 척해보고 꿈꾸듯 별을 품어 토해내고 알 수 없는 허허로움에 목메던 시절이었노라고 ​ 빛바래고 바래다, 오지게 말라비틀어져 가는 그 모양이 당신 모습 같아 더 섧고도 서럽다 했다 ​ 하다 하다, 끝내는 열정과 슬픔 버무린 듯한 저 도도함이 눈물겹지 않으냐며 ​ 옹이 박힌 등허리 성스럽게 웅크리며 그녀 고요히 똬리를 튼다 ​ ​ 시집 : 그 섬을 떠나왔다

놓치다 / 송 영 희

놓치다 / 송 영 희 김장 배추 모종을, 일주일이나 넘기고 심었다 핑계가 왜 없으랴 아픈 이의 병간호 때문이라고 그때 위중한 시기였다고 뒤늦은 까닭을 땅에게 하늘에게 고하며 백여 포기를 꼼꼼하게 비닐 구멍마다 물 듬뿍 주며 심었다 배추가 실하게 자라긴 잘 자랐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무농약으로 적당히 벌레도 먹고 배추흰나비도 날아오고 이파리 색깔도 보기 좋게 푸르렀다 허나 옹이가 생기지를 않는 것 시간이 지나도 그 결구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 속이 안 차는 빈방이었다 두둥실 떠오르는 달이 만월이 되어야 우주의 기운이 성하듯 아 그 절정의 에로틱한 꽃잎들이 기다려도 기다려도 생기지 않는 거였다 후회스럽고 애가 타도 때를 놓친 그 한끝 때문에, 천기 때문에 우주를 감싸고 있는 분홍빛 그 신방의 불이 켜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