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 영 숙 해바라기의 오해 / 마 경 덕 가을이 해체되었다 이 죽음은 합법적이다 내장이 드러난 콩밭과 목이 잘린 수수밭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 곁에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밭 꽃이어서, 해바라기는 다행이었다 그림 : 박 영 숙 이 작은 오해가 해바라기를 무럭무럭 키웠다 폭염을 삼킨 머리는 칼을 쓴 듯 무거워도, 함께 사진을 찍으며 사람보다 더 해맑게 웃었다 사방을 물들인 노랑노랑노랑 노랑은 유쾌하고 명랑한 색 그림 : 박 영 숙 까맣게 영근 늦가을 볕이 누런 해바라기 밭을 들락거리고 기름을 줄줄 흘리는 해바라기들 그림 : 박 영 숙 고개 너머 주인이 목을 칠 날짜를 받아놓고 숫돌에 낯을 가는 동안에도 발목에 차꼬를 매달고 익어가는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