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연어 2

​폭포 / 나호열

​ ​ ​ 폭포 / 나호열 ​ ​ ​ 수만 마리의 푸른 말들이 가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떨어질 때 그때 그 말들은 천마가 된다 천마가 되면서 순간, 산화하는 꽃잎들은 젊은 날 우리들은 얼마나 눈부시게 바라보았던가 아무에게도 배운 적 없는 사랑의 꿈틀거림이 천 길 아래로 우리를 떠밀어내었던가 그 푸른 말들이 하염없이 흘러서 한 가슴을 적시기라도 했단 말인가 ​ 추락이 두려워서 아니 밑바닥까지 추락해버린 한 사내가 폭포를 더듬어 올라가고 있다 물방울들이 수만 마리의 연어들처럼 꿈틀대면서 하늘을 오르는 계단을 헛딛고 있다 얼굴에 엉겨붙은 물보라 그 소리가 하늘에 박혀 있는 새들의 날개처럼 펄럭거린다 ​ 이미 황혼인 것이다 ​ ​ ​ 나호열 시집 / 타인의 슬픔 ​ ​ ​ ​ ​

연어 / 정 호 승

연어 / 정 호 승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게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울지 마라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오늘 내가 꾼 꿈은 네가 꾼 꿈의 그림자일 뿐 너를 사랑하고 죽으러 가는 한낮 숨은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총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제 곧 마른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들이 오랜만에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