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얼굴 2

바람이고 싶다 / 전길중

그림 / 문지은 바람이고 싶다 / 전길중 안개꽃에 둘러싸인 장미꽃 그 속에 잠든 바람이고 싶다 잠시도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더우나 추우나 떨림을 지니고 누군가에 안기고 싶은 바람이다 꾸밈없는 얼굴 투명한 마음 신성한 야성 잠시의 멈춤도 허용되지 않아 방향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떠도는 바람이다 지치면 어느 숲에 머물러 아픔을 다독이는 바람이고 싶다 *바람은 멈추는 순간 죽음이다 시집 / 그까짓게 뭐라고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 석 헌

그림 : 정 경 혜 ​ ​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 석 헌 ​ 만 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