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진 선 미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 나 호 열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세상이 싫어 산에 든 사람에게 산이 가르친다 떠들고 싶으면 떠들어라 힘쓰고 싶으면 힘을 써라 길을 내고 싶으면 길을 내고 무덤을 짓고 싶으면 무덤을 지어라 산에 들면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 않는다 제 풀에 겨워 넘어진 나무는 썩어도 악취를 풍기지 않는다 서로 먹고 먹히면서 섣부른 한숨이나 비명은 들리지 않는다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바람의 문법 물은 솟구치지 않고 내려가면서 세상을 배우지 않느냐 산의 경전을 다 읽으려면 눈이 먼다 천 만 근이 넘는 침묵은 새털 보다 가볍다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죽어서 내게로 오라 나호열 시집 / 당신에게 말 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