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뼈마디 3

비애에 대하여 / 나 호 열

그림 / 민 경 윤 ​ ​ ​ 비애에 대하여 / 나 호 열 ​ ​ ​ ​ ​ 늙은 베틀이 구석진 골방에 앉아 있다 앞뜰에는 봄꽃이 분분한데 뒤란엔 가을빛 그림자만 야위어간다 몸에 얹혀졌던 수많은 실들 뼈마디에 스며들던 한숨이 만들어내던 수만 필의 옷감은 어디로 갔을까 ​ 나는 수동태의 긴 문장이다 간이역에 서서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의 꼬리를 뒤따라가던 눈빛이 마침표로 찍힌다 삐거덕거리며 삭제되는 문장의 어디쯤에서 황톳길 읍내로 가던 검정고무신 끌리는 소리가 저무는 귀뚜라미 울음을 닮았다 ​ 살아온 날만큼의 적막의 깊이를 날숨으로 뱉어낼 때마다 베틀은 자신이 섬겼던 주인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 ​ ​ ​ 나호열시집 / 안부 ​ ​ ​ ​ ​ ​

왜목바다 / 박 영 대

그림 / 이 경 선 ​ ​ ​ 왜목바다 / 박 영 대 ​ ​ 푸른끼라고는 없는 저 갯벌 하나 키우기 위해 파도는 얼마나 많은 기저귀를 빨아댔는지 ​ 간간하게 절여진 구름 사이로 나이 든 바다가 힘들어 하는 걸 보면 ​ 뜨고 지는 피곤에 몸져 누운 뼈마디 쑤셔 그렁그렁 붉게 앓고 있다 ​ 삼백예순날 때 맞춰 끼니상 차려주는 아침해를 오늘 하루만 알아주는 생일날 ​ 늙수레한 왜목바다 부축해 일으켜 세운다​ ​ ​ ​ *한국현대시인협회 총장 *아태문인협회 지도위원 *한국신문예문학회 자문위원 *서울미래예술협회 수석이사 ​ ​

정(情) / 홍 해 리

그림 : 이 혜 경 ​ ​ 정(情) / 홍 해 리 ​ 어느새 성긴 머리 애처롭고 눈가에 지는 가선 가엽고 언짢아서, ​ 거친 피부 안쓰럽고 무디어진 두 손 보기 딱해서, ​ 푸석거리는 뼈마디 아프고 쓰리고 쑤시는 삭신 슬프고 서러워서, ​ 밤낮없이 두통으로 고생하는 너, 서러워서 나는 못 보네 ​ ​ ​ 홍해리 시집 : 중에서 ​ *홍해리 시인 약력 충북 청원 출생 1964년 고려대 영문과 졸업 2006년 시집 출간 출간 2008년 시집 시선집 출간 2010년 시집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