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장문자 객짓밥 / 마경덕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위에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여주었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마경덕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