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가을에관한시 4

초가을, 서쪽 / 김용택

그림 / 김한겸 ​ ​ ​ ​ ​ ​ 초가을, 서쪽 / 김용택 ​ ​ ​ 산 아래 동네가 참 좋습니다 벼 익은 논에 해 지는 모습도 그렇고 강가에 풀색도 참 곱습니다 나는 지금 해 지는 초가을 소슬바람 부는 산 아래 서 있답니다 산 아래에서 산 보며 두 손 편하게 내려놓고 맘이 이리 소슬하네요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 ​ ​ ​ 김용택 시집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나요 ​ ​ ​ ​ ​

가을 사랑 / 도 종 환

그림 / 김 정 수 ​ ​ ​ 가을 사랑 / 도 종 환 ​ ​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는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 ​ 도종환 시집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 ​

가을이 오면 / 이 효

그림 / 권 현 숙​ ​ ​ ​ 가을이 오면 / 이 효 ​ ​ ​ 수국 꽃잎 곱게 말려서 마음과 마음 사이에 넣었더니 가을이 왔습니다 ​ 뜨거운 여름 태양을 바다에 흔들어 빨았더니 가을이 왔습니다 ​ 봄에 피는 꽃보다 붉은 나뭇잎들 마음을 흔드는 것은 당신 닮은 먼 산이 가을로 온 까닭입니다 ​ 멀리서 반백의 종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올 때면 무릎 꿇고 겸손하게 가을을 마중 나갑니다 ​ ​ ​ ​ 신문예 109호 수록 (가을에 관한 시)​ ​ ​ ​

가을에 대하여 (자작 시)

가을에 대하여 / 이 효​ 누가 불붙여 놓았나 저 가을 산을 하나의 사랑이 된다는 것은 붉은빛이 노란빛으로 타오르다 고요하게 가라앉는 것 하나의 사랑이 된다는 것은 모난 바위가 서로 상처로 굴러가다가 둥근 바위로 물가에 자리를 잡는 것 하나의 사랑이 된다는 것은 결국 자기 가슴 박힌 못에 가을 풍경 한 장 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