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물리학 (상대성 원리) / 박후기
나는 정류장에 서 있고
정작 떠나보내지 못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던
당신의 일 분이
내겐 한 시간 같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생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당신은
날 알아볼 수 없으리라
늙고 지친 사랑
이 빠진 턱 우물거리며
폐지 같은 기억들
차곡차곡 저녁 살강에
모으고 있을 것이다
하필,
지구라는 정류장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한 시절
지지 않는 얼룩처럼
불편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울게 되었듯이,
밤의 정전 같은
이별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시집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2009 창비
시인 약력
*1968년 경기도 평택 출생
*2003 <작가세계> 등단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격렬비열도
엄마라는 공장 아내라는 감옥
♡상대성 원리♡
질량과 크기는 부피에 비례하지 않는다
들꽃 같은 쪼끔 한 계집아이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뉴턴의 사과처럼 내 심장은
쪼끔 한 그녀에게 쿵쿵거리며 굴러
떨어졌다. 첫사랑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