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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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유화) / 이 효

푸른 언덕 2020. 11. 3. 19:48

 

 

 

코로나로 힘든 시간에 유화로 사과를 그려보기로 했다.

그림에 소질도 없는 내가 겁도 없이 사과를 그리기

시작했다.

한 달도 더 넘게 3~4번은 칠한 것 같다.

어디가 잘못된지도 모르면서..... 칠하고 또 칠했다.

조금 탁한 느낌도 든다.

오늘은 용기를 내서 끝을 내야겠다고 결정을 했다.

더 잡고 있는다고 그림이 좋아질 것 같지도 않았다.

사과를 그리면서 느낀 점은

사과 속에 빨강, 주황, 노랑.

초록, 검정, 흰색....... 다양한 색이 들어갔다.

나는 사과가 빨간색인 줄 알았다.

우리네 인생도 빨간색처럼 혼자 독불장군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무지개 색깔을 사과 속에 모두 넣은 것처럼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사과처럼

달콤한 맛이 나는 인생을 살 수 있구나 하는 큰

교훈을 얻었다.

 

<사과에 관한 짧은 시>

 

사과의 소망 / 반 기 룡

 

가을 햇살

쪽쪽 빨아들여

빨간 색깔로

누군가의 입술을

진종일 푹 적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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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 / 강 은 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빰이 저렇게 빨간 것을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것을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초록 거미의 사랑>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