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은 가을을 번역 중이다 / 이 수 정
구름이 태어나는 높이
나뭇잎이 떨어지는 순서
새를 날리는 바람의 가짓수
들숨과 날숨의 온도 차
일찍 온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고양이의 노란 눈동자
밤새 씌어졌다 지워질 때
비로소 반짝이는
가을의 의지
고르고 고른 말
이성적인 배열과
충동적인 종결
각자의 언어로
번역되는 가을
*이수정
2001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