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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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은 가을을 번역 중이다

푸른 언덕 2020. 10. 27. 19:04

지금 세상은 가을을 번역 중이다 / 이 수 정

구름이 태어나는 높이

나뭇잎이 떨어지는 순서

새를 날리는 바람의 가짓수

들숨과 날숨의 온도 차

일찍 온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고양이의 노란 눈동자

밤새 씌어졌다 지워질 때

비로소 반짝이는

가을의 의지

고르고 고른 말

이성적인 배열과

충동적인 종결

각자의 언어로

번역되는 가을

*이수정

2001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