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입맞춤 3

​달팽이관 속의 두 번째 입맞춤 / 이효

작품 / 한치우​ ​ ​ ​ ​ ​​ ​ 달팽이관 속의 두 번째 입맞춤 / 이효 ​ ​ ​ 입맞춤을 연습해 본 적이 없어 광신도가 춤을 추던 그날 밤 생명이 자궁에 바늘처럼 꽂혔지 아빠라는 단어를 사막에 버린 남자 무표정한 가을이 오고, 혈액형을 쪼아대는 새들 끊어진 전선으로 반복된 하루 딱 한 번의 입맞춤 눈빛이 큰 불을 지핀 거야 모든 삶의 경계를 허물고 싶어 매일 밤, 암막 커튼을 치고 바다로 가는 꿈을 꿔 나쁜 생각들이 골수를 빼먹어 아비도 없는 애를 왜 낳으려고 하니? 이름도 모르는 신에게 아가 울음을 택배로 보낼 수 없잖아 나는 썩지 않는 그림자니까 어느 날, 종소리가 달팽이관을 뚫고 아기 숨소리 깃털이 된다 생명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거래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세상에 두 번째 입맞춤을 알릴 ..

달팽이관 속의 두 번째 입맞춤

그림 / 박명애 달팽이관 속의 두 번째 입맞춤 입맞춤을 연습해 본 적이 없어 광신도가 춤을 추던 그날 밤 생명이 자궁에 바늘처럼 꽂혔지 아빠라는 단어를 사막에 버린 남자 무표정한 가을이 오고, 혈액형을 쪼아대는 새들 끊어진 전선으로 반복된 하루 딱 한 번의 입맞춤 눈빛이 큰 불을 지핀 거야 모든 삶의 경계를 허물고 싶어 매일 밤, 암막 커튼을 치고 바다로 가는 꿈을 꿔 나쁜 생각들이 골수를 빼먹어 아비도 없는 애를 왜 낳으려고 하니? 이름도 모르는 신에게 아가 울음을 택배로 보낼 수 없잖아 나는 썩지 않는 그림자니까 어느 날, 종소리가 달팽이관을 뚫고 아기 숨소리 깃털이 된다 생명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거래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세상에 두 번째 입맞춤을 알릴 거야 그건 슬픔이 아닌, 정오의 입맞춤 이효 ..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 파불루 네루다

그림 / 안 영 숙 ​ ​ ​ ​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 파불루 네루다 ​ ​ ​ 사랑이여, 건배하자, 추락하는 모든 것과 꽃 피는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 ​ 변하고, 태어나 성장하고, 소멸되었다가 다시 입맞춤이 되는 것들을 위해, ​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과 땅 위의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 ​ 우리의 삶이 사위어 가면 그땐 우리에게 뿌리만 남고 바람은 증오처럼 차겠지. ​ 그땐 우리 껍데기를, 손톱을, 피를, 눈길을 바꾸자꾸나, 네가 내게 입 맞추면 난 밖으로 나가 거리에서 빛을 팔리라. ​ 밤과 낮을 위해 그리고 영혼의 사계절을 위해 건배. ​ ​ ​ Pablo Neruda (파블루 네루다) *출생 1904년 7월 12일, 칠레 *사망 1973년 9월 23일 (향년 69세) *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