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무덤 3

제대병 / 이성복

그림 / 유민혜 제대병 / 이성복 아직도 나는 지나가는 해군 찝차를 보면 경례! 붙이고 싶어진다 그런 날에는 페루를 향해 죽으러 가는 새들의 날개의 아픔을 나는 느낀다 그렇다, 무덤 위에 할미꽃 피듯이 내 기억속에 송이버섯 돋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내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오기도 한다 순지가 죽었대, 순지가! 그러면 나도 나직이 중얼거린다 순, 지, 가, 죽, 었, 다 이성복 시집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 나 호 열

그림 / 진 선 미 ​ ​ ​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 나 호 열 ​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세상이 싫어 산에 든 사람에게 산이 가르친다 떠들고 싶으면 떠들어라 힘쓰고 싶으면 힘을 써라 길을 내고 싶으면 길을 내고 무덤을 짓고 싶으면 무덤을 지어라 산에 들면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 않는다 제 풀에 겨워 넘어진 나무는 썩어도 악취를 풍기지 않는다 서로 먹고 먹히면서 섣부른 한숨이나 비명은 들리지 않는다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바람의 문법 물은 솟구치지 않고 내려가면서 세상을 배우지 않느냐 산의 경전을 다 읽으려면 눈이 먼다 천 만 근이 넘는 침묵은 새털 보다 가볍다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죽어서 내게로 오라 ​ ​ ​ 나호열 시집 / 당신에게 말 걸기 ​ ​ ​

할미꽃과 어머니의 노을 / 최 효 열

그림 : 박 인 선 ​ ​ 할미꽃과 어머니의 노을 / 최 효 열 ​ ​ 어머니는 살아서도 할미꽃, 굽어진 등 너머 팔순세월 마디마디 새겨진 사연 아버지 무덤에서 핀다 당신을 여의고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감내하며 살아 온 길, 미운 정 고운 정 곱씹으며 푸념 담아 당신에게 올리는 잔 추억으로 피는 그리움이라고, 사랑이라고 살아서도 할미꽃으로 핀다 변화하는 세월 저 깊은 곳에 담겨진 보릿고개보다 외로움을 삭히셨을 눈물로 보낸 세월이 소리 없는 아픔으로 가득한데 산새 사랑가 오리나무에 걸터앉아 울고 오던 길 더듬는 어머니 머리위로 이는 붉은 노을이, 서산으로 어머니의 노을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