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듯이 누구나 곱게 늙어가고 싶어 한다. 나도 역시 곱게 늙어가고 싶다. 아니 곱게 익어가고 싶다. 경인 미술관 앞에서 우연히 발걸음이 멈추었는데 그곳에서 가을 단풍처럼 곱게 익어 열매를 맺으신 팔순의 노화가를 만났다. 조명자 선생님은 10여 년 전, 어느 날 문득 아트센터 수채화반에 나가면서 젊은 화우들과 어울려서 뒤늦게 시작한 그림 공부가 삶의 전부가 되셨다고 한다. 한 점, 두 점, 쉼 없이 작업해온 작품들을 올해 팔순을 맞이하여 세상에 내놓으셨다고 한다. 전시장에는 아들, 딸, 손주들까지 모두 나와서 노화가의 개인전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수채화가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곱고 단아하게 늙어가는 노화가의 모습과 함께 자리를 지키는 가족들의 단란함이 한 폭의 따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