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nikolov, 출처 Unsplash 바다를 굽다 / 조은설 -고등어 한 토막 바다를 잘라 석쇠 위에 올린다 서슬이 시퍼런 칼날 같은 등줄기, 파도를 휘감아 매우 치던 단단하고 날렵한 몸매 이젠 누군가의 재물로 누워 있다 미쳐 감지 못한 눈에 장엄한 일몰에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산호초의 꽃그늘도 어둠 속에 저물었다 먼바다에서부터 서서히 귀가 열려 수심 깊은 계곡에서 들려오는 혹동고래의 낮은 휘파람 소리 나는 지금 수평선 한 줄 당겨와 빨랫줄을 매고 소금기 묻은 시간을 탁탁 털어 말린 후 바다 한 토막, 그 고소한 여유를 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