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다면 / 황 은 경 꽃이 진 자리도 아픈가 봐요 계절의 흐름대로 아픈 자리에 다시 피는 다른 꽃 사람의 가슴처럼 아픔이 있어요 꽃이 진 자리에는 물기조차 머물 새가 없겠지요 이른 아침 거미그물이 받쳐 준 성수 같은 눈물 초록의 들풀이 꿈꾸는 자리에 떨굽니다 떠남의 의미가 지워진다고 가슴에 담은 사랑이 지워지지 않아요 꽃이 진 자리에 다시 생명이 닿을 때까지 부디, 우리 아프지 말아요. 시집 : 생각의 비늘은 허물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