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 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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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놋방: 대문 가까이 있어서 나그네들이
한데 모여 자는 주막집의 가장 큰방
♡최승자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개는 황량하게
버림받은 쓸쓸한 들이다.
내면의 깊은 폐부를 드러내는 그녀는 왜 그리도
고독했을까? 지상으로 초대된 우리는 기쁨과
고통과 절망을 겪으며 살아가는 운명이다.
*최승자 시인 (1952년, 충남)
-고려대 독어독문과 졸업
-1979년 <문학과 지성> 등단
*파격적인 언어와 감성으로 한 시대를 앞서 나간
여성 시인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 (2010)
물 위에 씌어진 (2011)
빈 배처럼 텅 비어(2016)